C부 세 명은-아, 슈포어는 빼고 둘은- 1월 1일 새벽을 회사에서 새웠다. 1월 1일 8시 호출을 받은 비발디는 어기적어기적 글리터를 뒤집어쓴 채 살리에리에게 가서 정산을 받았고, 살리에리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회사에서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비발디에게 물었다. 비발디는 딴청을 피우며 바그너가 쓰는 특수포장들보다 훨씬 덜 화려하게 놀았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면...
군래컴퍼니 러시아 출신 (아르메니아도 OK) 직원들 오늘 19시 단체회식! 장소-구글맵 참고 글린카가 올린 글에 여러 사람의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약속장소까지 도착해서 문에 귀를 가져다댄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보드카를 잔에 넘치도록 쏟아붓고도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금발의 남자는 세르게이 세르게예...
하얀 케이프식 코트를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휘날리며 들어오는 가늘고 고운 손의 소유자가 출입증을 찍자 삑, 소리가 나며 '확인되었습니다' 라는 소리가 퍼진다. 1층에서는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 뿌리를 손수 기릅니다.' 라는 내용의 군래컴퍼니 홍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지만, S부의 팀장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에게 회사의 존망은 자...
음악에는 우열이 있는가? 군래컴퍼니 사원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80% 이상의 직원은 (차마 100%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끔 이상한 직원들이 있다.) 더 '잘 짜였거나' '사람을 감동하게 하거나' '기교가 화려하거나' '감성적인' 곡은 있을 수 있어도 '우월한' 곡은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짐짓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며 타인의 평가 따위에는 ...
"나 더이상은 못해처먹겠어, 진짜 못하겠어, 끝이야, 끝! 끝이라고!" "여기서 끝내버리겠다고 하면 우리 사이도 끝인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죠?" 펠릭스의 반쯤은 장난이고 반쯤은 진심인 협박에 엑토르가 올망졸망한 눈을 하고 고개를 돌려 의자 등받이에 고개를 받친다. 둘이 사귀게 된 것도 두 달째였다. 두 달이 조금 넘었다, 11월 말에 눈이 내렸었고 오늘...
콘서버토리 사서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오늘 휴가였다. 정확히는 반차였다. 오늘은 일이 없으니까 좀 푹 자야겠다던 남편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가 아침 열시쯤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제대로 발음이 분간이 가지도 않는 소리로, 아니 하다못해 프랑스어도 아닌 말로 헤롱거리면서-자신은 독일어는 거의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데도-뭐라뭐라 말을 했던 것이다. 잠꼬대인가 싶...
이 하숙집 1층에는 아주 예민하고 까칠한 지휘과 학생이 산다고 한다. 몇 달 전 디종에서 강도사건을 며칠씩 잠복취재를 하다가 집으로 아슬아슬하게 돌아왔던 날 엑토르는 하숙집 앞을 떠나는 이삿짐 트럭을 보고 하숙집 주인에게 새로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 캐물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스물셋의 지휘과 학생으로, 대체적으로 착하지만 엄청나게 예민해질 때가 있으며 직...
당신은 다정합니다. 정이라 하면, 사랑도, 친근함도, 그저 세상의 모든 감정이 다 가득하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정은 당신이라는 그릇 하나에는 가둬두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양인 듯 가만히 서 있기만 하여도 그 그릇에서 흘러내리고 용솟음치고 날뛰며 결국에는 넘쳐버립니다. 당신은 내가 주변에 가면 담뱃불을 조용히 끕니다. 내게는 담뱃불조차 숨깁니다. 그런다고...
"이제 일대일이니까 난이도를 좀 더 높여봐봐, 둘 다. 다섯 개 중에 하나로 하는 거 어때." 엑토르가 먼저 좋아라 승낙하고, 펠릭스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리스트의 말을 따른다. 라이어 게임의 묘미는 사실 한 가지 거짓말을 찾아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몇 가지의 진실을 알아내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 쓸데없고, 진실이라는 것이 더더욱 믿...
-한 대 펴볼래? 야야, 그런 더러운 눈으로 볼 것 없잖아. 다들 피는데. -이건 뭔데요? -나도 며칠 전에 선물로 받은 건데, 시가라 그러더라고. 내가 불 붙여줄게. 엑토르는 펠릭스의 입에 반강제로 갑에서 꺼낸 시가를 물리고 성냥으로 불을 피웠다. 탁, 시가 꽁무니가 잘려나가 떨어지고 시가가 펠릭스의 입에서 살짝 휘청였다. 엑토르가 에헤이, 잘 좀 물고 ...
동화 <푸른 수염>에서는-사실 동화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잔인하지 않나 싶었다-자신의 신의를 져버렸다는 이유로 푸른 수염이 일곱 번째 아내를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버르토크의 오페라 <바르브 블뢰>에서는 일곱 개의 자물쇠를 하나하나 열어가며 추악한 본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이상 알면 위험해' 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봐도...
-그런데 남자친구가 계속 너무 비싼 선물을 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20만원, 30만원 이렇게 하는 비싼 지갑 정도였는데 가면 갈수록 점점 비싸지는 거죠. 자꾸 저 자신이 그 앞에서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집에는 점점 남자친구가 준 선물이 늘어가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순간부터 남자친구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지는 거예요...
클래식 작곡가 RPF/RPS 연성을 합니다. 간혹 작곡가 관련 개인적 사담+ 작곡가 편지 자료+ 작곡가 TMI 자료 등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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