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집에서, 펠릭스 멘델스존은 의자에 기대 고개를 까딱까딱거린다. 지금쯤 편지가 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형이 웬일이야, 물뿌려도 안 일어나더니 오늘은 나보다도 일찍 눈을 뜨고..." 펠릭스는 주먹으로 물컵이 놓인 테이블을 쾅, 내리친다. 영국은 정말 좋은 곳이었지만 펠릭스가 가장 사랑하는 한 가지가 없었다. 그 한가지 만으로도 그 끔직한 ...
프랑수와는 초조하게 마을 쪽을 돌아보는 에투아르의 팔에 손을 얹는다. "에투아르 씨, 기껏 이 자연 속으로 들어와 놓고는 자꾸 어디를 보시는 건지요." 에투아르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또 마을 쪽을 한 번 돌아보고 깊이 한숨을 내쉰다. "..." 에투아르는 말없이 프랑수와의 팔을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프랑수와는 에투아르와 펠릭스 멘델스존 사이에 있던 ...
분명 처음에 걷고 있던 것은 프랑수와와 멘델스존이었는데, 그리고 거기에 자신과 에투아르가 끼어들었던 것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멘델스존과 에투아르는 헤벌쭉 웃으며 자기들끼리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길 바깥쪽으로 걷고 있는 멘델스존의 손은 조심스레 에투아르의 허리에 자리하고 있었고, 에투아르는 장난스레 (물론 왼손으로만) 멘델스존의 가슴팍을 밀쳤다. 프란츠는 ...
6월 오후의 해는 뜨겁고, 손의 통증도 여전하다. 에투아르는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려다가 왼손으로 바꾼다. 머리가 멍했다. 몽롱하고. 아편의 후유증인가 싶었다. 비몽사몽 옷을 바꿔입고 에투아르는 식탁 위에 놓인 빵쪼가리를 바라본다. 오른손을 못 쓴다는게 벌써부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왼손으로 빵을 커피에 찍으며 우물거리던 에투아르는 엊저녁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해적 변주 왈츠가 끝나자 펠릭스는 미소지으며 에투아르의 손을 놓는다. 에투아르와 함께 참석했던 마지막 무도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3월 28일의 에투아르는 크게 소리를 치면서 펠릭스에게 꺼지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오늘 입은 드레스, 정말 예뻐요. 이것도 당신 돈으로 샀어요?" 물론 그보다 당신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
에투아르가 펠릭스 대령과 함께 입장하는 것까지 확인한 프란츠는 두 손을 맞잡고 부디 오늘 에투아르와 자신에게 모두 행운이 따르기를 간절히 빈다. 음악계 인사라면 누구든지 초대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빈의 페레이아 부인은 멘델스존, 에투아르, 프랑수와와 자신을 모두 초대했다. 다른 음악계 인사들도 많았으나 중요한 건 그 넷이었다. 멘델스존이 에투아르에게, ...
에투아르가 또 사라졌다, 오랜만에 펠릭스를 방문한 프랑수와가 꺼낸 말이었다. 펠릭스는 조금 지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에투아르를 찾으러 프랑수와와 함께 나섰고, 센 강변에서 홀로 흐느끼며 책을 읽는 에투아르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섣불리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펠릭스는 멀리 있는 벤치에서 에투아르가 바보같은 짓을 하지는 않나 감시하고 있었고, (여차...
숙녀들은 저들끼리 딸기를 따러 간다고 가버리고, 대부분의 신사들은 담배를 물어 담배 연기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펠릭스는 홀로 언덕 위에 앉아 정경을 연필로 가볍게 그려간다. 정경을 그리다말고 펠릭스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하얀 바지 위에 놓인 스케치를 보자 한숨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시골의 이런 정경도 좋지만, 이런 걸 그리고 싶은 게 아니었다. 펠릭스는...
에투아르는 펜을 내려놓는다. 망할 펜, 또 잉크가 다 됐다. 대체 제대로 작동하는 날이 없어. 지난주 로시니 라 체네렌톨라의 새 프로덕션이 얼마나 거지같은지 깔 때도 (안그래도 거지같았는데, 파리의 새 프로덕션은 예전 것보다도 거지같았다) 중간에 펜이 멈추더니 오늘도였다. 이런 걸 상품이라고 팔다니, 파리 시민들의 양심 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시계는 오후 두...
"만약에." 프랑수와는 고개를 들어 자수판은 진작에 집어던지고 셰익스피어를 또 읽는 에투아르를 바라본다. "감정을 다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펠릭스랑 프란츠가 청혼하면 누구한테 가는 게 나을까?" 프랑수와는 바늘을 내려놓는다. "에투아르 씨께서요, 아니면 제가요?" "음, 둘 다?" 아마 저렇게 말은 해도, 에투아르는 자기중심적이니 본인의 선택에 대해 조언을...
에투아르 베를리오즈의 초대를 받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12월 11일 이래 에투아르 베를리오즈가 집에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것은 기껏해야 두 번이나 세 번 정도였을 것이다. 그것도 전부 작곡이랑 관련한 이유였고, 사교적인 이유에서는 아니었다. 에투아르 베를리오즈는 본래 그리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사교 시즌의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 3월 28일, 프랑수와의 생일 축하라는 명목 하에 열린 무도회는 실제 프랑수와의 생일과는 한 달이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무렴 어떤가, 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펠릭스 역시도 초대를 받았고, 이렇게 무도회장에 또 다시 한 번 발을 들이게 되었다. 에투아르가 있을지는 글쎄, 짐작이 쉽게 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
클래식 작곡가 RPF/RPS 연성을 합니다. 간혹 작곡가 관련 개인적 사담+ 작곡가 편지 자료+ 작곡가 TMI 자료 등등을 올립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