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멍하니 TER에 몸을 싣는다. 찬 겨울 바람에 애매한 난방만이 되고 있는 열차 안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엑토르를 둘러쌌다. 세 시간 정도 달리고 나면 열차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파리 리옹 역에 도착하겠지. 뭐, TER답게 앉을 자리도 없었다. 이미 열차는 꽉 차 버렸고 남은 세 시간 동안은 튼튼한 두 다리로...
엑토르는 오늘 몹시, 몹시 기분이 나쁘다. 머피의 법칙이었다. 나쁜 일은 늘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법. 영하의 기온에, 해도 뜨지 않은 우중충한 파리, 그런 주제에 바람은 또 바람대로 불어서 귀가 시뻘겋게 얼어버릴 것 같은 날이었다. 가뜩이나 전날 열었던 연주회에, 첫눈 보러 가야 한다면서 갑자기 중간에 나가버렸던 사람이 나갔던 참이라 저기압이었는데 방금은 ...
안녕하세요. -K/M/P/E: 네, 안녕하세요. 카를 멘델스존 바르톨디 씨, 마리 멘델스존 바르톨디 씨, 파울 멘델스존 바르톨디 씨, 엘리자베트 멘델스존 바르톨디 씨, 맞으시죠. -M/E: 네, 결혼 전 성으로 부른다면요. 알겠습니다. 어려운 발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 별말씀을요. -M: 저희가 더 영광이죠. 벌써 이십 오 년 전 일이죠, 아버님께서...
아래 글은 1938~1945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욕설, 심한 폭력, 자해, 인종차별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소재들을 싫어하신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옥상 문이 닫히고 베를리오즈가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뛰어온다. “좀 설렜다. 후배가 나한테 조언을 구하는 건 귀한 일인걸.” 메시앙은 겉보기에는 답없이 태평하고, 낙관주의적이...
탄생, 생장, 성숙, 쇠퇴, 소멸. 세상의 모든 것은 그 과정을 거치는 법이다. 참 얄궂지. 프란츠 리스트는 지금 한 장의 편지를 들고 있었다. 10월 17일 발송된 편지는 본인의 생일에 받기에는 참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싶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38년을 꽉 채워서 살아온 걸 축하하는 날에 어쩜 이런 편지를 받을 수가 있느냔 말이다-프란츠 리스트는 그렇게 ...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보통 그런 것 같아. 사람들은 첫사랑이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살아. 기대를 하지 않고 살지.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정말로 아이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고, 첫사랑을 보고 가슴이 뛴다는 게 꼭 그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야! 만인의 첫사랑, 모두의 아이돌, 그런 말들은, 이루어질 걸 ...
"군래컴퍼니 D부 팀장 주세페 베르디입니다. 네. 네. 맞습니다." 바그너. 손멈춤. 푸치니. 손멈춤. 로시니. 손멈춤. 헨델. 손멈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손멈춤. 베버. 손멈춤. "...아뇨. 네, 그건 맞습니다. 아...그렇군요. 네. 그러면 어떻게 선정을...네. 네. 알겠습니다. 저희 선에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베르디가 수화기를 내...
"연애고사라니, 과목 제목부터 멍청해요! 이딴 과목으로 시험을 치고 성적을 나누고, 패스 논패스로 진급가능 불가가 나온다니 말이 돼요? 사실상 찍거나 느낌대로 푸는 과목을 가지고! 이것 하나때문에 내 등급 평균이 두 개는 떨어졌을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돼! 이건 진짜로 말이 안 돼! 봐봐요, 수학이랑 연애만 제하면 전교 1등이고, 수학 넣어도 전교 7등이...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시겠어요?"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식으로는 이 글에서도 계속해서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라고 칭해주어야 맞다만, 상당히 길어지게 되는 서술의 불편함으로 인하여 편의상 쇼스타코비치라 칭하도록 하겠다.) 한숨을 내쉬고 눈살을 찌푸린다. "블랙 밀크티 하나, 다즐링 두 잔, 한 잔은 벤티 사이즈로 주...
펠릭스는 루프트한자 운행 비행기에서 내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경유지로 늘 쓰이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또 전철이나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 가면 프랑크푸르트 도심이었다. 프랑크푸르트는 펠릭스에게 여러 가지로 절대 잊을 수 없는 도시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재 제 아내인 세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스물셋이었고 베를린 음대를 다니다가 주말에...
여행을 갈 때 뭘 조심해야 할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강도, 소매치기, 바가지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에투아르에게 묻는다면 혼자 다른 답변을 할 것이니, 그것은 바로 '미남' 이었다. 에투아르는 올해로 스물다섯, 다시 말해 여행을 할인받으면서 떠날 수 있는 나이의 막바지였다. 바득바득 악을 써서 이탈리아로 갔다가, 다시 프랑스 본국으로 돌아온 에투아르는 ...
클래식 작곡가 RPF/RPS 연성을 합니다. 간혹 작곡가 관련 개인적 사담+ 작곡가 편지 자료+ 작곡가 TMI 자료 등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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